"코로나로 예식 미뤘는데 이번엔 인플레", 식대만 1인당 7만5000원…예비부부들 '울상'

입력 2022-09-27 18:02   수정 2022-09-28 00:30

“코로나19가 잠잠해진 뒤 결혼하고 싶어 식을 미뤘는데 몇 달 새 식장 대관료만 500만원이나 올랐습니다. 1인 식대도 1만원 비싸졌고요. 차라리 작년에 결혼식을 할 걸 그랬습니다.”

내년 상반기 결혼을 준비 중인 30대 초반 A씨는 최근 고민이 깊어졌다. 이직 준비와 코로나19로 결혼 시기를 한 차례 미뤘는데, 최근 결혼 준비를 본격화하면서 같은 웨딩홀의 대관료와 식대가 큰 폭으로 뛴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A씨가 선택한 서울 강남 유명 웨딩홀의 식대는 작년 말 6만7000원에서 7만5000원으로 11.9% 비싸졌다. 웨딩홀은 “식자재 가격이 올랐고, 홀서빙 아르바이트생과 주방 단기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어 식대를 올려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300인분의 식대와 대관료 등을 포함해 4000여만원에 계약했다.

27일 웨딩업계에 따르면 올해 내내 이어진 인플레이션의 공습은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을 직격하고 있다. A씨는 결혼식 이외에도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대여료, 메이크업에 60만원가량을 더 지출했다.

인건비 상승으로 일일 도우미, 촬영기사의 임금도 5만원 비싸졌다. 예비부부들이 모인 결혼 준비 커뮤니티에서는 “생각하고 간 견적에서 500만~1000만원은 우습게 넘어간다” “어차피 할 결혼, 코로나19 시국에 치를 걸 그랬다” 등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버텨내고 살아남은 웨딩업체들이 엔데믹(감염병의 토착화) 국면에서 가격 결정의 우위를 점하게 된 것도 예비부부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인기 웨딩홀들이 수요가 가장 많은 주말 점심의 보증 인원(최소 계약 하객 수)을 비현실적으로 늘리거나, 소규모 예식의 식대를 과도하게 올려받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코로나19로 결혼식 참석 하객이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는데도 대규모 인원(250명 이상)을 동원해야 하는 게 예비부부 입장에서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예비부부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뭉쳐 활발하게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웨딩홀 견적, 새로 문을 여는 가전대리점 정보, 명품 브랜드 가격 인상 소식 등이 관련 커뮤니티에서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네이버 카페로 출발한 ‘메이크마이웨딩’은 9만 명 이상의 충성 사용자를 기반으로 상반기에 전용 앱까지 출시했다.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예비부부들끼리 ‘연합군’을 결성하기도 한다. 결혼식 영상 촬영 등의 서비스를 여러 명이 예약해 할인 혜택을 받는 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수요자들이 적정 서비스 가격이 얼마인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업체들이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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